일상

1월의 시(詩) : 이해인 수녀

팔팔구구 2023. 1. 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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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아침, 빛나게 될 삶을 위해 겸손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1월의 시'를 노래하면서 희망의 문·기쁨의 문·사랑의 문으로 들어와 새해를 맞이하며 행복하자고 이야기하십니다.

 

지난 힘든 일은 잊고 희망을 꿈꾸며 앞으로 전진할 것을 기도하시고, 흙에서 땀으로 일구어 맺을 열매를 통해 기쁨을 만끽하기를 바라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받은 것들을 감싸 안으며 더욱 사랑하면 우리의 삶은 빛날 것이라고 이야기하시는 것 같아요.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소소한 일상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1월의 시

 

                      이해인

 

 

새해의 시작도

새 하루부터 시작됩니다.

 

시작을 잘 해야만

빛나게 될 삶을 위해

겸손히 두 손 모으고

기도하는 아침이여

 

어서 

희망의 문을 열고

들어오십시오

 

사철 내내 변치 않는

소나무 빛 옷을 입고

기다리면서 기다리면서

우리를 키워 온 희망

 

힘들어도 웃으라고

잊을 것은 깨끗이 잊어버리고

어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희망은 자꾸만 우리를 재촉하네요

 

어서

기쁨의 문을 열고

들어오십시오

 

오늘은 배추밭에 앉아

차곡차곡 시간을 포개는 기쁨

흙냄새 가득한 싱싱한 목소리로

우리를 부르네요

 

땅에 충실해야 기쁨이 온다고

기쁨으로 만들 숨은 싹을 찾아서

잘 키워야만 좋은 열매를 맺는다고

조용조용 일러 주네요

 

어서

사랑의 문을 열고 들어오십시오

 

언제나 

하얀 소금밭에 엎드려

가끔은 울면서

불을 쪼이는 사랑

 

사랑에 대해

말만 무성했던 날들이 부끄러워

울고 싶은 우리에게

소금들이 통통 튀며 말하네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여기저기 팽개쳐진 상처들을

하얀 붕대로 싸매주라고

 

새롭게 주어진 시간

만나는 사람들

한결같은 따뜻함으로 대하면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라고

 

시작을 잘해야만

빛나게 될 삶을 위해

설레는 첫 감사로 문을 여는 아침

천년의 기다림이 비로소 시작되는

하늘 빛 은총의 아침

서로가 복을 빌어주는 동안에도

이미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새해 새 아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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